사적인 일기3 예전의 나에게 나도 잊어버렸던 과거의 내 모습이 담겨 있는 블로그들이 있다. 글들을 다 옮겨오고 폐쇄해버릴까 하다가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인 데다가 어쩐지 훼손하면 안 될 것만 같아서 차마 손댈 수가 없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아주 실용적인 관점에서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당위를 느낀다. 지금의 내가 회상하는 과거의 내 모습이 아니라, 당시에 내가 정말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사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역설적이게도 바로 띄엄띄엄 썼다는 점이다. 생각은 많으면서도 제대로 글로 정리하고 남에게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 단지 쓰는 게 귀찮기 때문인지, 어떤 이유로든 글은 수 주, 수 개월, 수 년을 뛰어넘으.. 2023. 1. 10. 2022-11-27 햇빛 겨울이 되면서 햇빛을 받는 일이 귀해졌다. 아침에 출근할 때 아직 해는 뜨고 있고, 퇴근할 때는 이미 해가 져 있으니 제대로 햇빛을 받는 시간은 운좋은 점심시간 아니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생리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계절성 정동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에 대응(치료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하기 위해 나온 램프를 아침에 얼굴에 비추면 그 날은 조금이나마 활력이 있는 것 같다. 설명서에 있는 요구사항을 맞추려면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30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지만 내 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은 만큼 잠깐 쪼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디서 들은 바에 따르면 아침에 눈 안으로 햇빛이 들어가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던데 아직까지 크게 .. 2022. 11. 27. 2022-11-19 세상과 내가 분리되는 경험 며칠간 심하게 아팠다가 이제야 회복되어 가는 중이다. 첫 며칠은 아픈 와중에도 회사에는 꼬박꼬박 얼굴을 비출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더 나은 방법은 있었겠지만, 내가 처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도구상자에는 그런 방편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초반에는 두통, 오한과 고열이 번갈아가며 찾아왔기 때문에 감기약을 먹었다. 감기약을 먹으면 정신은 몽롱해지고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나와 세계의 물리적 경계는 분명한데, 정신적으로는 하나가 되어버리는 기분. 그렇게 된 와중에도 외부 자극에 대한 지각과 인지만큼은 지속된다. 아파서 누워있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나누는 대화가 유독 크게 들린 경험이 있다면 잘 이해할 것이다. 나를 빼고 세상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 2022.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