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3 내가 겪은 외교부 (3) :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교육과정 입과 학생, 취업준비생 등의 입장에서 가장 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목표로 하는 무언가가 되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 중요한 건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목표가 맞을까? '외교관이 되는 것'이 목표이고 그 목표를 이루었으면 인생은 끝나는 걸까? 빠르면 20대 초반, 늦어도 대개 30대 초반에 시험에 합격해서 외교부에 입부하게 되면 남은 30년의 근무와 은퇴 이후의 삶은 공백으로 놔두어도 된다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나도 시험에 합격한 뒤에야 이런 질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의 나는 '이게 뭐든지간에 일단 해보고 나서 결정하자'는 태도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진지한 고민을 피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외교관후보자시험을 준비하게 된 상세.. 2023. 10. 30. 내가 겪은 외교부 (2) : 3차 면접, 손에 든 패를 보여줄 시간 소위 5급 외교관의 채용과 관련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는 변화하지 않은 게 있다면 1, 2, 3차로 이루어진 선발절차다. 채용에 대해서는 이미 온라인에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그래도 3차 면접부터는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수험생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2차 시험까지는 외무공무원이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지식을 채워넣는 공부가 주를 이루고, 비로소 면접을 준비하면서부터 비교적 구체적인 마음의 자세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3차 면접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와서 상세히 복기한들 큰 의미가 없겠다.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지만 세부진행절차나 방식, 내지 면접관들이 면접에 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해마다, 정권마다 다.. 2023. 10. 11. 내가 겪은 외교부 (1) : 들어가며 - 직장으로서 외교부, 직업으로서 외교관 솔직히 조심스럽다. 두려움은 원래 내 DNA에 새겨진 것일 수도 있고, 외교부에서 일하던 몇 년 간 체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은 내 신원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꼴이 되어서 두렵지만, 이 블로그는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만들었으니 견딜 만 하다. 또 다른 이유는 조직에 누가 될까봐, 라는 생각인데, 이 부분이야말로 외교부에서 지내면서 배운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내 경력에는 외교부가 남아있고, 앞으로도 작은 글씨로나마 포함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미 퇴사해버린 내가 몇 줄 글을 쓴다고 해서 외교부의 이미지를 더럽힐 힘은 없다. 그럼 왜 두렵나? 나는 그저 '잘 모르는 애'가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다닌다는 인상을 주기 싫은 것 같다. 특정 회사에 대해 이렇게 실명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방.. 2023. 10. 3. 이전 1 다음